[팩트체크] 월성 원전 삼중수소 유출 논란···“문제없어” vs ”위험”

월성 원전 부지 내 10곳 지하수에서 최대 71만 3,000㏃ 삼중수소 검출 유해 여부 놓고 학계, 시민 사회 팽팽한 대립···”고기 한 점 양도 안 돼” vs “양적 접근 말아야”  민주당은 이슈화, 국민의힘은 파장 최소화 주력···조사단 구성 놓고 뒷말도

2021-01-22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월성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검출된 삼중수소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 시민 사회와 학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환경 단체 등은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반면, 학계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논란이 검찰의 월성 원전 수사와 얽히면서 정쟁 수단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합동조사단 구성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삼중수소, 마시면 100% 피폭···한국은 기준치 넉넉

월성 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검출 사실은 지난 7일 포항 MBC 보도로 공론화됐다. 원전 부지 10여곳의 지하수에서 최대 71만 3,000㏃(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으며, 원인은 조사 중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원전과 300m 떨어진 경계 지역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돼 부지 바깥으로 확산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포항 MBC는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한 번도 확인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삼중수소는 수소의 동위 원소로, 일반 수소보다 3배 더 무겁다. 핵융합 반응이 쉬워 수소 폭탄의 부재료나, 방사성 추적자로 쓰인다. 자연에서는 쉽게 찾기 힘들며 인위적으로 생성된 게 대부분이다. 먹거나 마시면 100% 피폭되지만, 단순 노출만으로 가능한지는 의견이 갈린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삼중수소 관리 기준치로 리터(ℓ)당 4만㏃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국가, 국제기구보다 넉넉한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리터당 1만㏃, 미국은 리터당 740㏃을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WHO 기준치 수준의 식수를 1년간 꾸준히 마실 경우 예상되는 피폭량은 약 0.5mSv(밀리시버트)다. 이는 인간이 매년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평균 피폭량(3.01mSv)의 6분의 1 정도다. 

출처: Pixabay

◇ “논란 과장돼” vs “삼중수소, 체내서 결합 가능” 

삼중수소의 유해성에 대해선 학계와 시민 사회 주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학계는 이번 논란이 크게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한국원자력학회는 ‘월성 원전 삼중수소, 정말 위험한가’라는 주제로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정용훈 카이스트(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이재기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 김희령 울산과학기술원(UNIST) 원자력공학과 교수, 강건욱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가 전문가 패널로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삼중수소 검출 장소가 ‘집수정’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사용 후 핵연료는 3층짜리 저수조에서 단계별 과정을 거쳐 최종 희석 처리돼 배출된다. 집수정은 저수조의 1층으로, 희석 전 물이 모이는 곳이다. 희석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니 삼중수소 농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번 논란을 “출고 전 자동차에 ‘주차 위반’ 딱지를 붙인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시민 단체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주시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는 2019년 월성 원전 인근 해수, 빗물의 삼중수소 농도를 조사했다. 모두 기준치 이하가 검출됐다. 해수가 흐르는 1배수구에서는 리터당 1.06~5.32㏃, 2배수구에서는 1.14~6.47㏃의 삼중수소가 측정됐다. 빗물에서는 리터당 96.3㏃이 최댓값이었다. 전부 원안위 기준(4만㏃)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강건욱 교수는 “쌀, 버섯, 고기에도 다양한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다”며 “고기 한 점도 안 되는 수준의 삼중수소량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환경 단체는 단순히 양의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환경운동연합 주최 간담회에서 “월성 원전 주변 주민들의 피폭량을 바나나 6개를 먹었을 때 삼중수소 섭취량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체내에 들어온)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서 (다른 DNA들과) 결합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 (출처: 한국수력원자력)

◇ 정치권 반응도 온도 차···조사단 구성에서도 잡음

일각에선 정치권의 과도한 정쟁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부의 월성 원전 자료 조작 수사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키워 월성 원전 조기 폐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검찰 수사에 힘을 빼려는 반면, 국민의힘은 문제 확대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 양당은 월성 원전 현장 방문 뒤에도 뚜렷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라며 국정조사까지 언급했고, 국민의힘은 “원전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유해성 여부는 원안위가 추진하는 조사단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원안위는 관련 학회에서 중수로, 방사선, 구조, 지질 등 방사능 관련 전문가를 추천받아 ‘월성 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조사단’을 시일 안에 출범할 계획이다. 다만 단원 구성을 놓고 잡음이 나온다. 사실 규명에 핵심 역할을 할 중수로 전문가가 조사단에서 배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방사선 전문가가 포함돼 원자력 전문가를 아예 배제한 게 아니”라고 해명한 상태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