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모빌리티 산업 분석 ④] 국토교통부, 정책의 칼을 쥔 만큼 정책 실패의 책임도 확실히 져야
기존 산업 보호 관점 관점에서의 제도 보완은 지양하고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이해하는 국토교통부로 거듭나는 2021년이 되기를
[이넷뉴스] 지난 몇 회에 걸쳐 한국 모빌리티 산업 정책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의 운송 정책은 약 60년 전인 1962년에 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기반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운송사업은 택시와 버스에 한정되고 관련 기관에 사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지 않은 차량에 의한 승객 운송은 불법이었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이처럼 정부에 의해 규제 안에서 관리를 받아왔다. 다르게 표현하면 운송업은 공익사업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면서 보호를 받아온 것이다. 세상이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으로 바뀌면서 혁신 기술에 의한 새로운 서비스와 기존 산업의 경쟁이 벌어지자 국토교통부는 혁신을 적용하는 모습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결과적으로 기존 산업의 손을 들어주는 정책을 펼쳤다.
◇ 플랫폼 운송사업의 제도화가 도리어 플랫폼 운송사업을 막는 역설
변화하는 사회 구조와 생활 환경에 따라 새로운 문물과 시스템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정부의 발걸음은 뒤처지기 일쑤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고민도 옛것 관점에서 바라볼 뿐이었다. 대표적 사례가 국토교통부의 모빌리티 플랫폼을 이용한 운송사업 정책이다.
지난해 4월 ‘타다 베이직’ 영업 중단 이후 약 9개월 만에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차차’도 문을 닫았다. 차차의 서비스 중단으로 현재 국내 렌터카 기반 유상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파파모빌리티’가 유일하다. 파파모빌리티의 ‘파파’는 지난해 5월 ICT 규제샌드박스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아동·노약자·여성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한다는 조건으로 차량 300대에 한해 실증특례를 받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는 4월 타다금지법이 시행되면 6개월 내로 플랫폼운송 사업 기준에 따라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사실상 2021년 10월 이후 모든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은 사라지게 된다.
이 같은 사태는 지난해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기점으로 렌터카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탓이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의 택시업계 편향적인 정책 수립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출시를 지원하는 모빌리티 산업 혁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으나, 모빌리티 스타트업 대다수는 가맹 택시사업자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위한 기여금 또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에게는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모빌리티 관련 정책은 모두 택시를 위한 정책으로 귀결된다. 모든 사업을 택시 통해서 해야 하는데 혁신을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택시 위주의 정책을 펼치는 한 한국의 모빌리티 업계는 발전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 잠재적 경쟁자까지 정리해주는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의 기존 산업 보호는 비단 여객 운송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모빌리티 신기술을 이용한 물류 영역의 혁신도 막았다.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생활물류법으로 인해 배달앱 업계에 큰 파문이 일었다.
생활물류법은 오토바이를 활용한 물류 서비스를 제도화한 법으로, 배달대행, 퀵서비스 등을 소화물배송업으로 분류하고 인증제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생활물류법이 택배와 배달 운송 수단으로 화물차와 이륜차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당초 원안은 택배를 '화물차 등으로 화물을 배송하는 사업'으로, 소화물배송은 '이륜차 등으로 화물을 배송하거나, 정보통신망 등을 활용해 이를 중개하는 사업'으로 포괄적으로 정의했으나, 국토교통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운송 수단이 각각 화물차와 이륜차로 한정했다.
이에 배달앱 업계에선 도보, 자전거, 킥보드 등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가 생활물류법에 포함되지 않아서 혹시 배달 노동자들이 규제 대상에 오를까 경계하고 있다. 일각에서 준비하고 있던 ‘택시’나 '드론'을 이용한 택배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생활물류법에 의해 택배 운송수단이 화물차에 한정되면서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시민단체 '규제개혁당당하게'는 생활물류법이 제2의 '타다 금지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부가 타다와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자를 제도화하기 위해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했으나, 결과적으론 타다와 차차 같은 혁신 모빌리티만 사라졌다는 비판과 맥을 함께한다. 생활물류법 역시 이런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규제개혁당당하게’는 "화물업계 입김으로 배민커넥트와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는 졸지에 법적 근거가 없는 서비스로 전락했다"라며 "생활물류법은 법률이 허용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로 작용해 도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한 물류 서비스는 불법이라고 금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소화물배송업 인증제가 이륜차를 활용한 배달 사업자 중 우수 사업자를 인증하는 제도일 뿐, 소화물배송업 자체는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법 시행과 관계없이 기존 배달앱 노동자는 현재처럼 활동 가능하다는 게 국토교통부 입장이다.
◇ 규제라는 칼을 지닌 무게감
정부의 규제 관련 발표에 대해 업계와 시민단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정책 담당자들의 혁신을 보는 시각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혁신을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에서 파생된 변종으로 보아왔던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도입했다지만 결국 기존 산업을 보호하는 역설적인 제도로 자리 잡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의 우려는 또 있다. 현재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현실 말이다. 법률과 제도를 관장하는 정부 부처의 마음 먹기에 따라 하루아침에 변할 수도 있다는 예전의 학습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듯 칼자루를 쥔 국토교통부 앞에 모빌리티 업계 특히 스타트업들은 아무런 방패도 없이 도전에 나선 모습이다.
정부는 정책과 제도의 도입은 앞다투어 홍보한다. 하지만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시민 모르게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정책 실패의 책임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업계나 실제 이용자인 시민들이 떠안기 마련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교과서적으로는, 정책과 제도의 가장 중요한 대상인 시민이 정책 과정에 지금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절차도 지금처럼 형식적인 것에 그치면 안 될 것이다.
기자는 국토교통부가 그동안 시민을 위해 봉사해 왔다고 믿는다. 만약 진짜 그래왔다면, 이제는 기존 산업 보호 관점 관점은 지양하고 실제 이용자인 시민의 관점에서도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이해하는 국토교통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국토교통부의 모빌리티 정책에 있어서 2021년이 그런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이넷뉴스=강대호 기자] dh92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