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모빌리티 산업 분석 ②]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는 어떤 혁신을 했을까

택시 프레임에 갇힌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의 권고안, 갈 길 먼 모빌리티 산업 정책

2021-01-14     강대호 기자

[이넷뉴스] 한국의 대중교통을 관장하는 법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다. 이 법은 1962년에 제정되어 여객 운송업에 대한 체제를 유지해왔다. 국민의 이동권 보장과 소비자 보호를 주요 틀로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50년 넘게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법이었다. 하지만 버스와 택시 중심의 여객 운송업 체계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법이기도 했다.

이렇게 박제된 운송업 체계는 예전에는 별 지장이 없었겠지만 지금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연결 시대에서는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진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처럼 오래전에 제정된 법률과 규제의 틀을 보면 오프라인 중심으로 짜인 경우가 많다. 세상은 이미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으로 바뀌어 가는데 법률과 규제는 오프라인 안에 있는 것만 합법이고 나머지는 불법으로 보는 것이다. 

여객 운송사업이 그렇다. 우버와 타다 사례에서 보듯이 버스사업자와 택시사업자 외에 승객을 운송하는 사업을 하면 모두 불법 사업자로 해석했다. 정부의 규제는 소비자 보호라는 구호 아래 무분별한 사업을 막는 한편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그래서 한정된 범위 안에서 획일적 규제가 적용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업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시도를 제한하는 한계가 있었다.

 

카카오택시(출처:카카오택시 )

◇ 세상의 변화와 모빌리티 정책의 변화

제도권 밖에서는 많은 혁신과 변화가 있었다. 공유경제의 바람이 불며 승용차 공유에 대한 공론이 형성되었다. 타다가 그 불을 더욱 지폈고 이용자들의 지지가 그 힘을 보탰다. 비록 타다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객 운송사업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는 모바일 시대에 걸맞게 관련 규정을 재정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20년 3월 31일 국무회의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개정안의 목적은 그동안 명확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던 모빌리티 사업들이 제도권 안에서 활발한 투자유치와 혁신적인 사업모델 발굴에 뛰어들 수 있게 하고 택시도 플랫폼과 결합하여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국토교통부는 밝혔다. 과연 그렇게 만들었을까.

눈에 보이는 변화는 우선 기존에는 택시와 버스만 할 수 있었던 운송사업 부분에 ‘플랫폼 사업’이 추가된 것이다. 즉 ‘플랫폼 운송사업’, ‘플랫폼 가맹사업’, ‘플랫폼 중개사업’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운송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새로운 사업 영역이 마련되었다. 

여기서 핵심은 플랫폼 운송사업 부문이다. 개정안에 의하면 예전에는 사업자가 차량을 소유하여야 했으나 렌터카로도 사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사 포함 렌터카를 제공하는 것도 허용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물론 그 자격과 규모는 세부 법령으로 규제할 것이지만.

플랫폼 가맹사업 부문에서는 택시 회사와 플랫폼과의 제휴를 강조했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운송체계에서 모바일 등 혁신 시스템을 개발한 IT 기업들과의 접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이러한 개정안은 개론 혹은 계획에 불과하다. 실제 세부 규제는 하위법령인 시행령에 담기 마련이다. 국토교통부 또한 세부 제도화 방안을 하위법령에 규정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통해서 이러한 작업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 유형 (출처: 국토교통부)

◇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 논의한 혁신은

국토교통부의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는 2020년 5월에 결성되어 ‘운송플랫폼 사업의 세부 제도화 방안’과 기존 ‘택시제도 개선방안’ 등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총 13차례 회의를 거쳐 2020년 11월 3일에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을 위한 권고안’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시행령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플랫폼 사업에 대한 체계를 3개의 영역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플랫폼 운송사업을 Type1으로, 플랫폼 가맹사업을 Type2로, 플랫폼 중개사업을 Type3으로 분류하여 그 자격 기준을 정하고 허가제도를 정돈했다. 모빌리티 벤처들이 출시한 사업모델을 거의 허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 자격 기준과 허가 과정을 보면 결코 만만해 보이진 않는다.

눈에 띄는 대목은 택시 업계에 대한 기여금이다.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는 업계 간, 즉 택시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의 갈등을 유발한 제도적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객자동차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여객자동차운송시장안정기여금’(이하 ‘기여금’)의 수준, 납부방법, 활용방안 등 세부 제도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 기여금 (출처:국토교통부 )

기여금은 매출액의 5%를 기본으로 하되, 운행횟수 당 800원, 허가대수 당 40만 원/월 중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허가 차량이 총 300대 미만인 사업자들은 납부비율을 차등화해 부담이 완화되도록 했으며, 100대 미만 사업자는 2년간 납부유예도 가능하도록 권고했다.

수납된 기여금은 고령 개인택시의 청장년층 전환, 고령 개인택시 감차, 종사자 근로여건 개선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며, 향후 수납 규모에 따라 3년 주기로 기여금 수준, 활용방안 등을 재검토하도록 했다. 택시 업계 보호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플랫폼 운송사업을 허가한다며 법률적 장애를 치우는 시늉을 하는 한편 비용 장벽을 높여서 사업 진출을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결국, 기존 산업인 택시 업계의 입지만 보장해주는 권고안이 된 것이다.

◇ 모빌리티 정책 수렴 과정에서 소외된 소비자

이러한 권고안을 낸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의 구성원을 보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업체나 관계기관별로 혁신위원회 위원 후보를 추천받았지만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추천한 인물은 발탁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모인 위원 9명 중 6명이 과거 타다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전해지는데 이 때문에 국토부가 입맛에 맞는 위원 중심으로 선정했다는 의구심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었었다.

모빌리티 업계는 과거 타다 플랫폼에 부정적 의견을 낸 위원들이 대거 포진한 혁신위원회가 택시 프레임에 갇히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결국은 택시 업계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의 목소리는 들어갈 틈도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여러 보도자료에서 운송사업 체계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사회적 합의에 포함된 ‘사회’에는 택시 등 기존 운수사업자 측만 해당하고 ‘소비자’는 배제된 모습이었다. 

우리는 실제 돈을 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운송 정책 수렴 과정에서 소외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모빌리티 산업 관련 ‘규제 샌드박스’ 현황을 알아본다.

[이넷뉴스=강대호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