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들 디지털 전환에 속도 내는 이유
국내 11개 에너지 공기업들, 새해 들어 디지털 전환(DT)에 박차 한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설립 등 가장 돋보여 동서발전, 남부발전 등 한전 산하 발전공기업도 소매 걷어···해외서는 성과 나오는 중
[이넷뉴스] 새해들어 에너지 공기업들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T)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공기업 최초로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디지털 전문가 양성을 위해 사내 교육 과정에 나노 학위를 신설하는 등 DT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꼽힌다. 한국남동발전은 지난해 6월부터 발전 산업에 디지털을 접목한 ‘분산형 전원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동서발전은 빅데이터 분석 과제 공모를 거쳐 일부 솔루션화를 검토 중이다.
◇ 신년사에서 3년 연속 ‘디지털 변환’ 강조한 한전
5일 업계 상황과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국내 11개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DT 분야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곳은 한전이다. DT를 총 4개 분야(디지털 인프라, 디지털 자산관리, 디지털 업무 지능화, 디지털 비즈모델)로 나눠 대응하고 있는 한전은 2018년 7월 DT 사업을 전담하는 디지털 변환처 신설 및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2019년 4월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설립 등 디지털 환경 이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전의 혁신 의지는 신년사에서부터 드러난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 4일 신년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가 힘든 와중에도 우리는 에너지 전환, 디지털 변환을 차근차근 추진하면서 주어진 책임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19년, 2020년 신년사에서도 DT를 사업 화두로 꼽으면서 가속화를 주문했다.
김 사장이 적극적으로 DT를 추진하는 데는 그의 배경도 작용했다. 행정고시(17회) 출신인 김 사장은 2007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하이닉스 반도체, 한국지멘스 등 IT 관련 기업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다. 또 공직 사회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를 혁파하기 위해 민간 기업의 혁신 경영 기법 도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번 나노 학위 신설도 평소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 사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란 평이다.
◇ 동서발전, ‘뉴딜 종합계획’ 확정···남부발전, 남제주발전소 상업 운전 돌입
한전 산하 발전공기업들도 DT에 소매를 걷었다. 한국남동발전은 지난해 3월 디지털 전략처를 만들고, 발전·안전·신재생 에너지·경영 분야의 업무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디지털로 잇(IT)는 전사 공동 협의체’를 발족했다. 같은 해 8월에는 ‘KOEN 뉴딜’ 전략을 제시하고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한 DT를 통해 △비대면 인프라 구축 △스마트·지능형 발전 △발전·건설 공정 품질 관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8월 ‘동서발전형 뉴딜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전사적 DT의 첫발을 뗐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봇·드론 등 11개 기술을 바탕으로, 총 147건의 관련 과제를 추진해 4차 산업 기술 기반 디지털 발전소를 구현하면서 ‘디지택트’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동서발전은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총 987억원을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남부발전은 지난달 AI, 디지털 트윈, 빅데이터 등을 접목한 남제주복합화력발전소의 상업 운전에 돌입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기계, 장비, 사물을 컴퓨터로 가상화한 것이다. 총 150MW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복합 발전소인 남제주발전소에는 △디지털 트윈 △스마트 운영 시스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지능형 예측 진단 시스템이 적용됐다. 신정식 남부발전 사장은 “남제주발전소는 발전 설비 디지털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 DT로 성과 내는 해외 기업들···”디지털 뉴딜 추진 위해 필수”
해외 유틸리티, 에너지 기업들은 DT를 마치고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국영 전기회사 에넬(ENEL)은 센서,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애널리틱스 기술을 통해 화력 발전소 유지 보수 및 운영 관리(O&M), 작업자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버몬트 파워(Vermont Power)는 풍력 에너지 출력 예측 및 발전 설비 보호를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애널리틱스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의 에너지 플랫폼 구축도 활발하다. 미국은 전기, 가스, 수도 사용량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모바일, 웹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 정보를 제공하는 ‘셰어 마이 데이터(Share My Data)를 정부 주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 정보는 ‘그린 버튼’이라는 기능을 통해 본인 동의 아래 제삼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민간에 에너지 데이터를 개방해 에너지 소비, 절감 사업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 발표 이후 정부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에너지 공기업의 DT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에너지 기업 대부분이 2050 탄소 중립 이행 등으로 발전 단가의 인하 압박을 강하게 받는 상황에서 DT는 인건비, 유지비 절감을 위한 당연하면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