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나선 '제주'
전기차 인기에 배출량도 급증해 제주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들 재활용 기술 경쟁
[이넷뉴스] 제주도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100%로 높이고 도내 자동차의 75%를 전기자동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해 기준 14.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올해 8월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전기자동차 수가 2만 대를 돌파했다.
'그린 뉴딜 프론티어'라고 자부하는 제주도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선택했다. 제주도는 2019년 6월 국내 최초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화 센터'를 만들었다. 이는 전기 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기 위한 기반이다. 올해 한국에서 약 12만 대의 전기자동차가 공급됐다. 전기 자동차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2022년까지 43만 대, 2025년까지 113만 대다. 전기자동차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전기차를 폐기할 때 방전되는 배터리의 수가 증가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원은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최소 20만 대가 생산될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 10월까지 제주 전기차 배터리 산업화센터에 들어온 배터리는 138개지만 2030년까지 연간 2만개 이상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전기자동차전지산업화센터는 수입 배터리의 잔존가액 등 성능을 평가·분류해 금속 회수에 사용할 수 없는 배터리를 분해한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희귀금속이 들어 있다. 그냥 버리면 환경이 오염되지만 제대로 복구되면 다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재사용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 배터리는 재사용을 위해 다시 제조된다. 배터리 초기 용량이 70~80% 이하로 떨어지면 주행거리가 줄어들고 충전 속도가 느려져 자동차에서 사용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배터리나 에너지 저장장치(필요할 경우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저장해 사용하는 장치)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현재, 제주 전기 자동차 배터리 산업화 센터는 배터리 ESS를 만들어 집이나 가로등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전기 스쿠터와 농기계를 위한 소형 충전기로도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배터리 산업 성장 발판 위한 최적 기회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에너지 공급체계가 기존 중앙공급 방식에서 마을과 시 차원의 자급자족 방식으로 바뀔 전망이다. 이는 안정적인 전력 사용을 위해 조정 및 보관이 가능한 ESS에 대한 수요도 증가시킨다. 늘어나는 전기차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는 것이 그린뉴딜 사업계에서 유망한 사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는 여전히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산업 자체가 초기 단계에 있다. 국제적으로 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표준 시스템이나 안전 문제에 대한 지침은 없다.
재사용 배터리를 상용화하려면 관련 법규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전문가들은 향후 세계 배터리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이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전에 제주도가 먼저 배터리 기반 제품을 상용화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정부는 배터리 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적극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주관하는 '블록체인 기반 공공주도 시범경진대회'에 선정된 바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동차 배터리 재사용률을 높이는 방안이 연말께 배터리 관리시스템 구축 및 시범사업으로 선정됐다. 블록체인은 특정 기관의 중앙 서버가 아닌 참여자(기관) 서버에 데이터를 공동으로 기록, 관리한다.
결과적으로 데이터 처리 과정이 투명하고 검증이 가능하며 데이터 조작이나 해킹이 불가능해 신뢰성과 안정성을 인정받는 차세대 기술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 제주테크노파크 전기배터리 산업화센터가 수거한 폐배터리 입고부터 각종 점검, 등급, 폐기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관리하는 유통 이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울러 배터리 재활용을 늘리기 위해 운행 중인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관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올해 배터리 사이클(운전중, 폐기)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2013년부터 전기자동차를 공급해왔으며 지난해 3월 말 기준, 1만8,800대가 등록됐다. 전기차 보급 8년 만에 차량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교체되면서 전기차 배터리 폐기에 따른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배터리 재사용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배터리 재사용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공모사업을 신청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노력해 왔다.
노희섭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와 재사용기관에서 사용할 배터리 데이터 표준화, 배터리 주기 데이터 생성 및 축적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실장은 이어 배터리 빅데이터 축적을 통해 향후 새로운 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배터리를 안심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배터리 유통 이력 서비스를 구축해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넷뉴스=박민호 기자] dducksoi22@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