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기료 폭증” vs “인하” 연료비 연동제가 뭐기에

한국전력공사, 지난 17일 전기 요금 체계 개편안 공개 신규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 놓고 정치권 논란...”탈원전, 탈석탄 대가” 여론몰이도 저유가 기조로 내년 전기 요금 인하 예상...”연료비 조정 요금, 전체 요금 2~3% 불과” 기후·환경요금 분리 고지도 뜨거운 감자...한전 “원래 포함됐던 요금, 분리만 한 것”

2020-12-22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연료비 연동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야권은 탈(脫)원전 비용을 사실상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반면, 여권과 정부는 ‘전기 요금 합리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 기름값이 크게 올라 전기 요금이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정부는 조정 요금 제한 등으로 걱정하는 ‘요금 폭탄’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9년 만에 맺은 한전의 결실

한국전력공사는 연료비 연동제를 비롯해 기후·환경비용 분리 고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기 요금 체계 개편안이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를 거쳐 확정됐다고 17일 밝혔다. 연료비 연동제는 한전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도입에 상당한 공을 들여온 사업이다. 2011년 시행 직전까지 갔지만, 갑작스런 기름값 상승으로 전면 백지화된 뒤 9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보수 정부에서 시작해 진보 정부에서 마무리한 셈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 요금이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의 시세가 함께 움직이는 제도다. 기름값이 내려가면 전기 요금도 내려가고, 기름값이 오르면 전기 요금도 오른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물 등 자원이 풍부한 국가를 제외한 국내총생산(GDP) 상위 30개국 가운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은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저유가 기조로 연동제 도입 이후 한동안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요금 인하 혜택을 볼 전망이다. 정부는 4인 가구(월평균 전기 사용량 350㎾h 기준)의 경우 내년 1~3월에는 월 1,050원, 4~6월에는 월 1,750원의 전기 요금 절감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상반기에만 약 1조원의 요금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 전남 나주 본사 전경 (출처: 한국전력공사)

“연료비 연동제, 탈석탄 고지서”...”전체 전기 요금 2~3%에 불과” 

문제는 유가가 고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글로벌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유가 상승으로 전기 요금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야권과 보수 언론은 유가가 아니라도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원전 발전량이 줄어 요금이 폭등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LNG의 ㎾h당 발전 원가(154.5원)는 원전(56원)보다 약 3배 더 높다. 원전 폐쇄로 LNG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덮어쓰게 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연료비 조정 요금을 ㎾h당 최대 ±5원 범위 안에서만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직전 요금과 비교해 최대 ±3원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월 350㎾h의 전기를 쓰는 4인 가구 기준 월 최대 변동폭은 1,750원이다. 정부는 “한전의 고강도 경영 혁신을 통해 전력 공급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해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 보수 언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일부 언론은 연료비 연동제에 ‘탈원전 고지서’, ‘탈석탄 고지서’라는 이름을 붙여 “연료비 연동제는 탈원전, 탈석탄의 대가”라는 식으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팀장은 21일 YTN라디오에서 “연료비 조정 요금(연료비 연동제)은 전체 전기 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불과하다”며 “산업계 입장에선 2~3%라는 금액이 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산업계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고 말했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시 전기 요금 청구서 예시 (출처: 한국전력공사)

기후·환경요금에 석탄 발전 감축 비용 추가...”4인 가구 1년 1,200원 부담”

이번 요금 개편안의 또 다른 핵심은 기후·환경비용(요금) 분리 고지다. 기후·환경요금은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화(RPS)에 따른 에너지 공기업의 투자 비용,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TS)에 따른 투자 비용이다. 여기에 지난해 신설된 미세 먼지 계절관리제 시행에 따른 석탄 발전 감축 비용도 추가된다. 미세 먼지 계절관리제는 미세 먼지 주범인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수도권 운행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제도다. 

기후·환경요금은 이전까지 전기 요금에 포함됐던 비용을 따로 떼어낸 것이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것은 석탄 발전 감축 비용(석탄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한전은 석탄 감축 비용의 전기 요금 편입으로 발생할 4인 가구(월평균 전기 사용량 350㎾h 기준)의 순증액을 월 105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1년에 1,200원 정도다. 

다만 탄소 중립 등 에너지 전환 가속화에 따른 장기적 요금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 팀장은 “기후·환경비용이 현재보다 늘어날 여지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건 부당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게 아니라 깨끗한 환경을 후대에 물려주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신재생 에너지 의무 확대 비용, 배출권 거래 비용 등은 이전 정부에 추진했던 정책이다. (기후·환경요금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