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조 달러 가상융합(XR)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예산 4,030억 원 투입"

미중〮 IT 기업들 이미 상용 제품 출시 정부, 국내 시장 확산 노력과 사용자 요구 맞춘 기술 포커스 개발 애플, 소문만 무성한 신제품 출시에 삼성전자 눈치 게임 중

2020-12-17     신종섭 기자
XR 기술은 네트워크 발전에 따라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사진 출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이넷뉴스]정부가 가상융합(XR, eXtended Reality 이하 XR)기술 시장 확산을 위해 4,030억 원을 투입해 2025년 가상융합경제 파급효과 30조원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가상융합경제 선도국가 실현을 위한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발판으로 3대 세부 전략과 12대 과제를 수립하고, 이를 통해 경제사회 전반에 XR 기술 활용 확산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흔히 확장현실 기술이라고 불리는 XR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 그리고 이 둘을 합친 혼합현실(Mixed Reality, 이하 MR)의 발전된 버전인, 초실감형 기술 및 서비스이다.

정부는 제조·건설·의료·교육·유통·국방 등 6대 핵심산업에서 XR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 활용도를 높이고,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광학렌즈 등 디바이스 핵심기술 및 완제품 개발·실증 지원을 통해 필수 인프라 조기 확충과 제도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기업 집중 지원을 통해 2025년에는 매출 50억원 이상 전문기업 150개 육성하는 등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글로벌 IT업체들은 이미 VR, AR 시장에서 산업용은 물론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제품을 연달아 발표하며 MR과 XR기술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의 전반적인 지원이 너무 늦은 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XR 시장 2030년 말까지 1.1조 달러 넘어설 것

XR 기술은 네트워크 발전에 따라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많은 컨설팅 기업과 기관에서 시장 규모에 대한 예측을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IDC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XR 시장은 ’19년 78.9억 달러에서 ’24년 1,368억 달러로 5년간 연평균 76.9%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TMR(Transparency Market Research)은 자체 보고서를 통해 “XR 시장은 게임을 비롯해 의료, 교육, 부동산,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많은 산업 부문에서 수익을 낼 것”이라며, “이에 힘입어 전 세계 기술 스타트업 수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XR 시장은 2030년 말까지 1.1 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의 후지경제연구소도 AR・VR 기기 세계시장이 대폭 성장해 2030년에는 2019년 대비 44.8배 증가한 161조 7,11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 Digi-Capital이 지난 9월, 2019년 5.9억 달러였으나 2024년에는 26.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VR・AR 산업은 정부의 13대 혁신성장동력산업 중 하나로 지정되어, 이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육성 정책이 꾸준히 추진돼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지원에도 VR・AR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고, 정부지원 기술개발이 시장에서의 사업화와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퀄컴, MS의 시장 개척에 구글과 애플도 대기 중

세계 시장에서는 이미 퀄컴이 지난 2019년 퀄컴 스냅드래곤 테크서밋을 통해 스마트폰에 연결하지 않아도 XR기기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스냅드래곤XR2’를 발표했으며, 칩셋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제공하면서 기기 시장 창출에 나선 바 있다.

또한 XR 기술의 핵심인 AR 글래스의 경우 현재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홀로렌즈이며, 일반 유저보다는 산업용으로 만들어진 홀로렌즈2까지 개발돼, 시장에 나왔다. 여기에 구글은 지난 7월 스마트 글라스 제조사인 노스(North)를 인수하면서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스는 `포컬스(Focals)`라는 스마트 안경을 개발해 출시했는데, 구글 글라스와 달리 일반 안경에 가장 근접한 제품이다.

엘지 U+와 손을 잡고 진출한 중국의 스타트업 엔리얼(nreal)사의 ‘리얼글래스’도 있다. 이 제품은 무게가 80g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많은 화제를 불러왔으나 최종 제품은 110g으로 출시됐다.

중국 IT회사인 오포(OPPO) 역시 지난 11월 17일 새로운 AR 글래스를 선보였다. 오포는 이 제품이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손가락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손가락당 4개, 한 손당 21개 포인트를 인식할 수 있어 정교한 조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약 500달러 가격에 헤드셋과 AR 글래스 두 종류의 제품 출시에 나선다는 소문이 무성한 애플의 제품도 조만간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진다.

후발주자, 하지만 꾸준히 개발 지속해야 경쟁에 나설 수 있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차세대콘텐츠연구본부 정일권 본부장은 “MS사가 AR 디바이스에서 현재 가장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전자 역시 개발 중에 있으나 애플 제품을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라 하더라도 꾸준히 개발을 지속해야 국산화를 통해 기술 경쟁에 나설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국내 제품의 경우 산업용은 있으나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에 대해 경쟁우위의 혁신적 기술 확보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디지털콘텐츠과 이재호 사무관은 “AR 글래스가 아직 확산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해 보니 무겁고, 어지러운 느낌과 시야각이 좁다는 이유가 많았다. 정부는 그런 쪽에 포커스를 맞춰서 기술 개발에 나설 예정”이라며, “국내 시장이 작다는 것도 문제인데, 활용 수요를 만들기 위해 공공산업을 중심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특히 올해부터 국군간호사관생도 등 의료진을 대상으로 중증 외상상황 처치훈련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수요 창출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넷뉴스=신종섭 ]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