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충전 인프라 핵심’ 수소 추출기 국산화, 얼마나 진행됐나

현대로템, 수소 추출기 국산화율 80%까지 끌어올려···국내 협력사 35곳서 핵심 부품 조달 중견 기업들도 국산화 위해 신발 끈 동여매···제이엔케이히터·파나시아 등 자체 추출기 개발 “수소 추출 기술, 일본보다 한국이 더 뛰어나···미래에 해당 시장 국내 기술로 대체될 것”

2020-12-14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에 필수 요소인 수소 추출기의 국산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수소 추출기는 천연가스에서 황을 제거하고, 열과 촉매를 가해 고농도 수소를 추출한다. 부생수소, 전기 분해 등 다른 방식보다 비용이 저렴한 게 장점이다. 다만 핵심 설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수소 경제 측면에서 자국화가 시급한 분야로 꼽혀왔다. 

◇ 현대로템 “수소 추출기 국산화 완료 시 15% 이상 비용 절감 가능”

현대로템은 지난 10일 열 교환기 국산화를 완료하고, 수소 추출기의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외산화 비율이 높은 압력 변동 흡착 용기(PSA)를 비롯해, 송풍기, 컴프레셔 등 수소 추출기의 핵심 부품을 국내 협력사 35곳에서 조달했다. 이를 통해 1500여개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했다는 설명이다.

현대로템은 압축기, 디스펜서 등 나머지 20%에 대해서도 국산화를 추진해 ‘100% 국내 기술’로 만든 수소 추출기 개발에 도전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수소 추출기 국산화가 완료되면 외국산 대비 15% 이상 투입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소 충전소의 안정적 운용, 성능 보증, 꾸준한 유지 보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일정도 나왔다. 2021년까지 디스펜서, 압축기의 독자 모델을 개발하고 국산화를 완료, 수소 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설비들을 자체 수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5월 충북 충주, 강원 삼척에 수소 추출기 3대를 수주해 생산에 착수했다. 지난 6월에는 수소에너지네트워크의 당진 수소출하센터를 수주하기도 했다.

현대로템 수소 추출기 공장. (사진=현대로템)

◇ ‘국내 최초 상용 추출기 개발’ 제이엔케이히터·파나시아 등 국산화 분주

중견기업들도 수소 추출기 국산화를 위해 신발 끈을 동여매고 있다. 1998년 대림엔지니어링 히터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제이엔케이히터가 대표적이다. 제이엔케이히터는 2019년 국내 최초로 상용 수소 추출기(HIIS-500)를 개발한 업체다. 국가 과제로 개발된 HIIS-250은 하루 최대 500킬로그램(㎏)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온사이트(On-site) 충전소에서 수소 자동차 1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분량이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지난해 9월 한국가스기술공사(가스공사)와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상용 수소 추출 패키지의 제작·공급·운영 관리를 함께 수행하는 데 합의했다. 가스공사는 수소 추출기의 운영·관리를 맡고, 제이케이엔히터는 수소 추출기 제작을 담당한다. 제이케이엔히터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진행되는 수소 생산 거점 사업 등에 대비해 수소 추출기 제작 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 소재 조선 기자재 업체 파나시아도 자체 수소 추출기 ‘파나젠(PanaGen)’을 개발해 시험 운전에 착수했다. 목표는 99.999%의 고순도를 추출하는 것이다. 파나젠은 고순도 흡착 분리 공정(PSA), 수성가스 전이 공정(WGS) 등 핵심 시스템을 모두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시간당 30N㎡(하루 64㎏)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파나시아는 오는 2022년 대전시 수소충전기지에 시간당 250N㎡의 수소(하루 500㎏)를 생산할 수 있는 수소 추출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제이엔케이히터 HIIS-250. (사진=제이엔케이히터)

◇ “수소 추출 기술력,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 있어” 

글로벌 수소 추출기 시장은 일본, 유럽이 양분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가스(大阪ガス), 독일 린데(Linde) 등이다. 두 기업 모두 수소 분야의 세계적 기업이다. 오사카 가스는 ▲도쿄 가스(東京ガス) ▲도호 가스(東邦ガス) ▲서부 가스(西部ガス)와 함께 현지 4대 도시가스 사업자로 꼽힌다. 린데는 액화(액체) 수소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지난 5월 효성과 총 3,000억원을 들여 액화 수소 공장을 건립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 점유율과 별개로 수소 추출 기술력은 한국이 일본에 앞서있다는 분석이다. 양태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본부장은 지난 9월 합동 심포지엄에서 “국내 추출 수소(수소 추출) 시스템은 일본 기업보다 더 뛰어나다”며 “미래에는 해당 시장이 우리 기술로 대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KIER는 지난 5월 고효율 수전해 스택 핵심 소재를 개발해 수소 추출률을 82%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오사카 가스의 평균 효율(79%)보다 3%p 높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일부 기업들이 개발한 소규모 수소 추출기들이 상업 운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면 해외 기업들과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수소 경제를 꽃 피우려면 정부,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해외 기업에 (시장) 주도권을 뺏겨 찾아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