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업계 강타한 ESG 열풍

포스코건설-SK-삼성물산 등 ESG 경영 도입 앞장 기후 변화 리스크 파악해 부동산 투자 원칙 다시 잡아야

2020-12-09     박민호 기자
ESG경영, 5년 내 전체 기업들 대상으로 확대. (사진=Investopedia)

[이넷뉴스] "그린 빌딩(친환경 빌딩)은 장기적으로 더 가치가 있습니다"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오피스, 물류센터 등 부동산 대체투자 시장에서도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SG는 환경, 사회적 책임 및 거버넌스를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최근 기업평가뿐 아니라 투자대상 선정에도 중요한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부동산 투자에서 ESG 전략을 아직 쓰지 않았지만 글로벌 주요 연기금과 대형 운용사들은 ESG를 주요 투자원칙과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부동산에 투자하는 큰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이미 ESG 점수로 투자를 시작했다. 전 세계 부동산의 ESG 성과를 평가하는 글로벌 부동산 지속가능성 벤치마크(GRESB)가 대표적이다. 

국가별 친환경건축물 인증 관리체계, 정책, 공개, 취득 여부 등을 평가해 점수가 매겨진다. 점수가 일정 수준 미만이면 투자대상에서 제외되고 반대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안정적인 부동산·투자기업이라는 평가와 함께 곧 자금조달에 유리해진다. 국내에서는 '켄달스퀘어 물류재산권'과 물류센터 개발업체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영하는 '이지스 오토웨이' 건물이 GRESB 파이브스타 등급을 받았다. 

물류센터 부천물류공원과 고양물류공원이 환경분야 공익인증기관인 IWBI로부터 'WELL Gold'와 'LEED' 등급을 받았다. 아태지역 물류센터 가운데는 처음이다. 이들은 에너지 절약과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해 대규모나 개발에 주력할 뿐만 아니라 계획 수립부터 실행까지 지속 가능한 물류센터를 공급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설사들도 ESG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0년 상장사 ESG 평가등급'에 따르면 통합등급에서 A+를 받은 상장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지만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은 A등급을 받았다.

삼성물산이 올해 건설 중인 강릉·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이후 석탄 관련 사업 투자와 건설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열·저장 설비 등 친환경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내 건설사가 1,200억 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한 것은 포스코건설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건축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사회인프라 확충, 노후 주거환경 개선 등의 사업에 채권을 발행해 확보한 재원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건설이 올해 국내 최대 환경플랫폼 업체인 EMC홀딩스의 지분 전량을 인수해 기술 중심의 친환경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내년에는 ESG 관리 강화가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빌딩 관리, 전기차 충전소 도입 등 부동산 디지털화와 함께 친환경·재생에너지 사업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연기금, 블랙스톤 등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ESG 실적을 평가하고 투자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며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물론 미국도 사무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가해 과세하는 징벌세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규제와 인센티브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SG 리포트.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ESG는 생존 키워드

ESG는 기업과 자산의 비재무적 요소가 아닌 재무적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ESG를 주요 요인으로 꼽고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등 ESG는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 됐다.

전 세계 ESG 투자가 2014년 18조 달러에서 2030년에는 10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SG 투자의 대부분은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으로 이뤄져 있다. 부동산의 비율은 3%에 불과하다. 다만, 부동산 자산가에서도 ESG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건물은 총 에너지 소비의 약 40%를 차지한다. 반면 부동산은 자연재해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대표적인 자산으로 꼽힌다. ESG가 부동산 투자와 관련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무디스는 2019년 11월 엑손 모바일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ESG와 관련된 우려는 화석연료 산업에서 두드러지고 있으며 규제기관과 투자자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엑손모빌 등급을 떨어뜨린 주요 요인 중 하나가 ESG 평가였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엑손모바일이 92년 만에 다우지수에서 퇴출되는 등 저탄소 경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채권과 증시에 충격을 줬다. 우리가 막연히 인식해온 ESG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시작이었다. 이와 관련한 변화는 이제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 시장에서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ESG는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인 등 기업이나 비즈니스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요인이다. 비재무적 요인이었던 ESG 리스크도 기업과 자산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최근 주요 기업신용평가사들이 ESG를 주요 요인으로 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SG는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됐다.

KB국민카드가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쉬(unsplash))

[이넷뉴스=박민호 기자] dducksoi22@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