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은 살아나는데···‘탈출구’ 안 보이는 조선 업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 현장조사 브리프’ 발표···조선업은 “흐림” 전방 산업인 해운업을 살아나는데 조선업은 여전히 부진···연말 앞두고 조선 3사 막판 스퍼트 “내년 경기 회복 예상” vs “회복까지 최대 10년” 전망 엇갈려

2020-12-04     양원모 기자

[이넷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조선 업계 부진의 늪이 깊어지고 있다. 전방 산업인 해운업은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지만, 조선업은 빅3(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조차 실적 부진에 한숨을 쉬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다시 훈풍이 불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와 “경기 회복까지 최대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함께 나온다. 

◇빅3 조선사, 11월 수주 유치로 ‘선방’ 성공했지만

3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전국 32개 지역 현장 부서를 통해 업종별 동향 사례들을 수집, 정리한 ‘중소벤처기업 현장조사 브리프’를 발표했다. 중진공은 업종별 전망을 기상도 형식으로 소개하면서 조선업은 ‘흐림’으로 표시했다. 지난달 삼성중공업이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 등과 총 3조원의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호재’는 있었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중진공은 “코로나19와 유가 하락 영향으로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재개와 코로나19로 연기됐던 발주가 진행돼 4분기 실적은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부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국내 조선사의 예상 수주량은 440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로, 2019년 수주량(943만CGT·세계 1위)보다 약 56% 낮은 수치다. 

연말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선 3사는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11월 한 달간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 등에서 총 3조원의 수주에 성공했고,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싱가포르 지역 선사와 1160억원 규모의 중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의 건조 계약을 맺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유럽 지역 선사에서 약 2조원 규모의 LNG선 6척을 따냈다. 업계는 연말까지 모잠비크, 카타르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LNG선 발주도 국내 조선사가 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2018년 인도한 원유 운반선 (출처: 삼성중공업)

◇전방 산업인 해운업은 ‘부활 날갯짓’···착시 현상 주장도

반 토막 난 조선 업계와 달리 전방 산업인 해운업은 부활의 날갯짓이 시작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해상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7일 2018.27로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해상 운송비의 기준되는 SCFI가 올라갔다는 것은 해운 물량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국내 최대 해운 물류 업체인 HMM은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 이익으로 2,771억원을 공시했다. 2009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해운 물량의 상승은 보통 선박 발주량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까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 이유로는 ‘수익성’이 꼽힌다. 시장 조사 기관 반체로코스타(Banchero Costa) 랄프 레슈친스키 수석 연구원은 지난 8월 블룸버그에 “2009~2019년까지 10년 동안 대부분의 해운사는 수익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빈곤을 겪어왔다”며 “선박을 발주하고 싶어도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 외부에서 금융 공급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SCFI 상승이 신기루라는 분석도 있다. 컨테이너 재배치 컨설턴트 업체인 컨테이너 엑스체인지(Container xChange)에 따르면 SCFI가 최고점을 찍은 11월 4주 차 컨테이너 가용성 지수(CAx)는 0.05로 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CAx는 0.5를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빈 컨테이너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즉, 운임 상승은 미국·유럽으로 간 중국 컨테이너들이 현지 적재 물량 부족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이 때문에 컨테이너 품귀 현상이 빚어지며 일어난 ‘착시 현상’이라는 것이다. 

(출처: Pixabay)

◇”내년 조선업 살아나” vs “10년 더 갈 것”···지자체, 조선업 지원 나서기도

내년 조선 업계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 10월 보고서를 발표하고 “황산화물 규제,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 등으로 공기 오염 규제가 강화되면서 노후선들에 대한 교체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글로벌 신조선 발주가 확대되면서 내년 국내 조선 업계 수주량은 2020년보다 약 127% 증가한 1,000만 CGT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레슈친스키 수석 연구원은 “조선업은 앞으로 몇 년간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며 “8~10년 뒤에나 회복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4분기 해운 업계의 실적 개선과 일부 조선사의 반등이 예상되지만, 지난 10년간 수익성 문제를 겪어왔던 만큼 조선 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이 동반된 회복세 진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편 지방자치단체는 경기 위축으로 실직 위기에 놓인 조선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거제시는 ‘거제형 고용유지모델’의 첫 번째 사례로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업체 명천 소속 근로자 3명의 11월 임금을 지급하고 고용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거제시는 인구 25명 가운데 70% 이상이 조선업에 직, 간접적으로 종사하고 있다. 

거제형 고용유지모델은 숙련공들의 직업 훈련, 휴업 수당 등을 국비·시비로 지원해 사측 부담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는 정책이다. 경영이 어려워진 회사에는 특별 안정 자금을 융자하거나, 지방세 유예,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시는 내년까지 고용유지모델에 총 877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