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세는 ESG 채권?···금융사는 지금 ESG 채권 발행 열풍
[이넷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추진 영향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은 너도나도 ESG 채권을 발행하며 ESG 채권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ESG 채권 발행은 내년에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부문에서 다소 뒤처져 있던 한국 정부마저 글로벌 친환경 기조에 발을 맞추기 위해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도 대규모 ESG 채권을 발행하며 정부의 기조를 따르고 있다.
ESG 채권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개선하기 위한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금융상품이다.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 그린본드(녹색 채권)과 사회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소셜본드(사회적 채권), 사회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지속가능 채권으로 분류된다.
9월 기준 한국의 원화 ESG 채권 발행 규모는 48조 4천억 원, 외화 표시 ESG 채권 발행 규모는 154억 달러(약 17조 원)로 총 65조 4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발행 규모(약 45조 4천억 원)을 크게 웃돈 수준이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ESG 채권을 발행한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5억 달러(약 5,500억 원) 규모의 ESG 채권을 추가로 발행했다. KB국민은행은 원화로는 9,500억 원 규모로, 외화로는 5억 달러와 5억 유로(약 6,600억 원) 규모로 ESG 채권을 발행했고 지난해까지 ESG 채권을 발행한 바 없던 NH농협은행도 7월 5억 달러 규모의 소셜본드를 발행하며 ESG 채권 발행 행렬에 동참했다.
직접적으로 ESG 채권을 발행하진 않더라도 ESG 경영을 지지하는 금융사도 늘고 있다.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자산운용)는 최근 ‘탈(脫)석탄’을 선언하며 석탄 발전 관련 투자를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일부에서만 활용하던 ESG 지표를 은행 운영 전분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추진으로 ESG 채권 발행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ESG 채권 발행이 가속화되는 이유
ESG 채권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열풍이 불면서 지속적으로 발행 규모가 증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더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실제로 ESG 등급이 높은 기업들의 수익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금융사는 물론 투자자들도 ESG 채권에 관심을 보이면서 발행 규모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ESG 채권 시장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 시작 단계에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2020년 6월 기준 글로벌 ESG 자산 규모는 4조 달러(약 4경 5천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ESG 채권 발행에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유럽이며 미국과 일본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규모 친환경 투자를 공약한 점도 ESG 채권 발행에 더욱 불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헨리 페르난데즈 MSCI 회장은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기면서 ESG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ESG 평가가) 대부분 비재무적 요소여서 수렴이 어렵다”면서도 “바이든 행정부에서 규제 당국이 ESG 평가기관에 지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ESG 투자, 리스크는 없나
ESG 관련 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무분별한 ESG 채권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SG 관련 금융상품이 인기를 끄는 만큼 겉으로만 ESG를 내세우는 금융상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ESG 관련 투자 공시 의무가 없는 데다 투자 관련 설명서도 일반 펀드 설명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리스크도 있다.
권성철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국내와 해외 ESG 전문평가사의 평가 기준이 다르고 개별 ESG 등급 논거에 대한 공시가 충분하지 않아 신뢰성이 높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ESG 채권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공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사업에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제한되는 만큼 투자 범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ESG 펀드의 ESG 수준은 평균적으로 일반 펀드와 슈하다”며 “ESG 액티브 펀드 포트폴리오의 ESG 점수 평균은 일반 주식형 펀드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펀드 간 ESG 점수가 최대 두 배 이상 차이났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ESG 펀드의 정보 비대칭 문제는 아직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자칫 ESG 펀드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넷뉴스=이현주 ]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