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그린 뉴딜, 韓 에너지 전환 가속화 위한 중요한 단계”

8년 만에 한국 에너지 정책 국가 보고서 발간 한국의 그린뉴딜 전략 긍정적 평가 탄소중립 등 목표 달성 위해서는 상당한 변화 필요해

2020-11-30     정민아 기자

[이넷뉴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한국 에너지 정책 국가보고서(Korea 2020: Energy Policy Review)’를 발간했다. IEA 에너지 정책 국가보고서는 30개 회원국의 에너지 정책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조사·분석·평가하고 정책 조언을 제공하는 심층 분석 자료로 한국의 국가보고서가 발간된 것은 2006년과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다.

한편 파티 비롤(Fatih Birol)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영상으로 개최된 한국 에너지 정책 국가보고서 발간 행사에서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국 에너지정책 국가 보고서 발간 행사’에서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왼쪽)과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오른쪽)이 질문과 답변을 나누고 있다.(출처: IEA. 행사 유튜브 캡처화면)

◇ “탄소중립에는 원자력,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 다양한 레시피 가능”

지난 26일 IEA가 한국 에너지 정책 국가보고서를 발간했다. IEA는 30개 회원국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를 통해 회원국의 에너지 정책을 지원하고 모범 사례의 교환을 장려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10개 세부 분야로 나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1차 에너지 공급량의 화석연료 비중, 에너지 수입 의존도, 산업용 에너지 사용 비율 등에서 IEA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 특히 에너지 공급 중 재생에너지 비중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20%, 2040년 30~35%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에너지 믹스(전력 발생원의 구성비)에서 석탄과 원전을 점차 줄여나가며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고 초기 단계인 수소 산업을 육성하는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EA는 이번 세기 마지막 분기 중 한국의 탈원전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2012년 보고서에서 “한국이 에너지 수요와 보유 자원 부족 현상을 해결하려면 원전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 것과 반대로 올해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탈원전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발간 행사에서 “세계적으로 볼 때 원자력이 에너지 믹스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높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도 이점이 있지만, 원자력만이 유일한 탄소중립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을 예로 들며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보안을 위해 각자의 선택을 해야 하며 하나의 레시피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IEA는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되려면 향후 10년간 기업의 수소 사용량, 시민들의 전기차 구매 대수, 청정에너지 투자액에서 급격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출처: IEA)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4%로 IEA 가입국과 세계 평균보다 낮지만, 긍정적인 두 가지 신호가 보인다”고 답했다. 비롤 사무총장이 꼽은 두 가지 긍정적 신호는 해상풍력과 재생에너지 허가사업의 성장 속도다.

또한 IEA가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육성을 도울 것이라고 밝히며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지역 공동체와 원활히 소통하고 연구개발(R&D)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4%에서 2030년 20%로 도달하기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점유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3년간 에너지 용량이 증가했고 그 폭은 예상보다 컸다”라고 설명하며, “더 큰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산업·수송 부문 에너지 효율 개선 필요

IEA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판 그린뉴딜의 핵심을 강력한 산업 수출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산업부문을 탈탄소화하고, 경제 활동 활성화와 별개로 에너지 소비는 줄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5G 네트워크 및 인공지능(AI)의 산업적 융합, 스마트 워크와 저탄소 산업 단지 활성화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지난 2015년 한국이 동북아시아 최초로 전국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것을 모범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하지만 여전히 배출권의 90% 이상이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어 제도의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또한 보고서는 발전 부문뿐 아니라 산업·수송 부문에서도 다각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산업부문에서는 정부가 기업에 에너지 효율 향상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기업의 자발적인 감축 노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절감이 에너지 공급 차질에 대한 회복성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018년 한국의 수송 방식 및 연료별 수송 에너지 수요 (출처: IEA)

수송부문의 경우 한국의 대중교통 사용 비중이 정체돼 있는 반면 개인 이동 수단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솔루션을 수송부문에 적용할 방침이지만, 효율적인 인프라를 구축을 위해 중앙 및 지방 정부의 협력과 지역 사회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 실현과 수소 수송망의 순조로운 출범을 위해서도 수소 충전소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해온 해당 지역 사회와 심도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IEA는 한국이 연료 사용에 따른 미세먼지 등에 대한 환경적 비용을 적절하게 반영하기 위해 전력부문에 친환경 에너지 과세제도를 적용해 나가고 있는 것은 환영하지만, 수송용 연료와 관련한 합리적 과세 제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EA는 이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해당 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저탄소 배출 기술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모든 연료에 대한 에너지과세가 탄소 함량 및 대기오염 등 외부비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전기위 지위 상향·규제 프레임워크 개발 권고

보고서는 한국이 석유 및 가스의 국내 생산이 거의 없고 에너지원을 위한 전국적 파이프라인이 부재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에너지 안보를 유지해왔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2년 보고서 이후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풍력과 태양광 보급을 가속해왔지만,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높은 비중의 가변성 및 분산형 재생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는 더욱 탄력적이고 유연한 전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온실가스(GHG) 배출량과 2030년, 2050년 감축 목표량의 비교 (출처: IEA)

비롤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설정과 그린뉴딜 전략을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수소의 역할 확대가 한국의 에너지 전환 추진과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EA는 한국의 효과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한국전력이 사실상 독점한 전력 시장을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전력산업은 발전 부문에서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 점유율이 80%를 넘고 수송(송·배전) 부문은 한전이 100% 독점하고 있다. 판매 부문도 한전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전력 부문은 단일 구매자로 구성된 의무적 풀로 운영되며 도·소매가격을 시장이 아닌 정부가 설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력 부문을 개방하지 않아 진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 독립적 규제기관을 도입하지 못한 점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전기위원회의 역할이 대체로 자문을 제공하는 데에 그치며 중요한 의사 결정은 모두 정부가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기위원회의 지위를 전력 산업의 규제기관으로 상향 조정해 관세 설정 및 시장 모니터링에 대한 해당 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추가적인 역할에 맞춰 위원회 직원들의 권한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증진 및 촉진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 및 재생에너지 보급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전력 및 가스 시장에 대한 성과 주도의 규제 프레임워크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