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경사’ 맞은 새만금, 친환경 개발 속도 내려면?

새만금 동서도로 개통, 25일 12시 첫 통행 SK그룹, 2조 원대 사업 투자협약 수질 개선, 행정구역 정리 등 산적한 과제 여전

2020-11-28     정민아 기자

[이넷뉴스] 새만금 지역을 가로지르는 첫 간선망인 동서도로가 개통했다. 새만금 동쪽과 서쪽을 잇는 내부 간선망이 마련되기까지 새만금 개발사업이 첫 삽을 뜬 때로부터 무려 30년이 걸렸다.

새만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되는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래에너지 및 수소산업을 육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지만, 용수와 전력 같은 기본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접근성이 떨어져 상당수의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새만금을 그린 뉴딜 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 동서도로 개통으로 내부개발 본격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대규모 투자 협약도 속속 이뤄지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새만금 동서도로 항공사진 (출처: 전라북도)

◇ 3,637억 투입, 새만금 가로지르는 동서도로 개통

‘새만금 동서도로 개통식’이 지난 24일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신시교차로에서 열렸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새만금 동서도로는 새만금 2호 방조제(새만금 신항만)에서 김제시 진봉면 심포항까지 20.4㎞를 연결하는 구간으로, 총사업비 3,637억 원을 들여 지난 2015년 11월 착공됐다.

이날 개통식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등 50여 명의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해 동서도로의 개통 축하와 함께 새만금의 비약적 발전을 격려했다. 정 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동서도로가 완공됨으로써 내부용지 개발 촉진은 물론 투자 유치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동서도로와 함께 오는 2023년 완공 예정인 남북도로(27.1㎞)가 개통되면 새만금 중심부에 십자형 도로가 완성돼 새만금 국제공항, 신항만, 철도, 산업단지, 수변도시 등 새만금 어느 지역이든 20분 안에 갈 수 있다. 새만금 사업을 시작한 지 30년 만에 내부 개발을 위한 첫 핵심 인프라가 완성되는 것이다.

동서도로는 새만금 내부 개발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국제협력용지라는 이름의 수변도시를 가로지른다. 새만금 한가운데에 위치한 국제협력용지는 새만금개발청이 산업·물류, 국제협력, 문화·관광, 국제업무기능까지 아우르는 중심지역으로 발돋움하도록 복합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새만금 동서도로 시작점에서는 신항만이 들어서고 있다.

송하진 전라북도지사는 동서도로 개통으로 “새만금 물류와 교통의 중심축 역할로 내부개발을 촉진하고 투자유치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해 새만금의 글로벌 경제중심지 도약에 초석이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새만금 동서도로 개통식 (출처: 새만금개발청)

◇ SK, 대기업 최초 새만금에 2조 원 규모 투자

이날 개통식 후 전라북도와 새만금개발청, 군산시는 SK그룹과 ‘창업클러스터 구축 및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SK컨소시엄이 1조9,700억 원을 들여 새만금 산업단지 5공구(3만3000㎡)에 데이터센터 4개 동을 짓고 2029년까지 총 16개 동으로 확장 조성하며, 2공구(3만3000㎡)에는 1,000억 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창업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SK컨소시엄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확장성·고성능·고안정성 시스템을 갖춘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관련 투자를 유치해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더불어 그동안 첨단기업 유치의 장애 요소로 지적되어 온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시설 부족 문제의 개선을 위해 해저케이블 및 광통신망 구축도 추진된다.

이번 협약으로 SK 측은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권(200㎿)을 인센티브로 얻는다. 새만금개발청은 SK의 투자를 통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자동차철수로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력소가 되는 것은 물론 300여 개의 기업 유치와 2만여 명의 누적 고용 창출, 향후 20년간 약 8조 원 이상의 경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린 뉴딜에 발맞춰 필요한 전력은 수상 태양광 에너지로 공급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새만금 데이터센터가 SK그룹 RE100(Renewable Energy 100) 실현의 선도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캠페인으로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 30년간 평행선···여전히 첨예한 대립 해결해야

새만금 사업은 방조제(33.9㎞)를 쌓아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인 409㎢의 국토를 새로 만드는 대규모 간척사업이다. 1987년 ‘새만금 간척종합개발사업’을 발표한 이래로 정부 차원에서 사업 타당성 분석과 관련 부처와의 협의,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국책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새만금 사업은 초기부터 서해안 갯벌 생태계 파괴 및 인근 어민들의 생계 문제, 수질 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환경·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과의 마찰과 법적 소송으로 인해 1991년 사업 시작 이후 2번이나 중단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결국 대법원에서 승소하여 2010년 성공적으로 준공한 새만금 방조제는 네덜란드의 자위더르 방조제(32.5㎞)보다 1.4㎞ 더 길어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분쟁의 시간 동안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 불리던 새만금 사업은 ‘국책사업 우여곡절의 대명사’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담수호로 조성된 새만금호의 해수유통을 둘러싼 전라북도와 환경·시민단체들의 갈등 또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수질과 생태계, 수산업과 관광업을 살리기 위해 상시 해수유통이 필요하다”는 환경단체의 주장과 “해수유통을 하면 담수화를 전제로 수립한 새만금 개발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며 해수유통에 유보적인 전라북도는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호의 수질 오염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면서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수준까지 되어버리자 최근 새만금위원회는 “새만금호의 수질관리 등을 위해 올해 12월 중 배수갑문 운영시간을 1일 1회(주간)에서 1일 2회(주야간)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질 개선을 위해 해수 유통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환경부 용역 보고서 내용이 반영된 결과다.

새만금위원회는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새만금 2단계 수질 평가와 농생명용지 용수 공급 상황을 파악한 후, 2차 기본계획을 확정할 내년 상반기쯤 해수유통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과 접한 새만금 지역 (출처: 전라북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후에는 새만금을 둘러싸고 있는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의 행정구역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안전행정부는 먼저 공사가 끝난 새만금 방조제 3·4호에 대해 군산시 관할로 행정구역을 지정했다. 이에 김제시와 부안군이 반발하여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한편 새만금 방조제 1호가 부안군, 2호는 김제시로 행정구역이 지정되자 군산시 역시 새만금 방조제 1·2호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행정구역 관할권 권한쟁의심판’을 내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새만금 동서도로 관할권을 두고도 군산시와 김제시가 법적 다툼 중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이번 내부 간선도로 개통을 통해 1991년 착공 후 지지부진하던 매립 공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지자체 간 분쟁으로 정작 새만금 동서도로는 행정지번이 없는 도로로 개통됐다.

새만금개발청은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나온 이후 이에 따라 행정지번을 부여할 계획이나 문제는 새만금 내부 개발을 놓고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이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하면서 갈등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말 착공을 앞둔 수변도시와 관련해 군산시는 이미 행정구역이 모두 정리된 다음 사업을 시작하라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새만금 방조제 완공으로 조성되는 용지는 409㎢, 무려 1억 2,000만 평에 이른다. 새만금 내부 개발 용지를 놓고 지자체별로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며 행정구역 다툼을 벌인다면,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새만금 사업이 다시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명쾌한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