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새만금에서 ‘그린수소’ 생산 나선다
현대차그룹, 새만금개발청·LG전자 등과 MOU 내년부터 본격 사업 착수···국내 첫 그린수소 생산 국내외 MOU, 수소경제 확산에도 적극 협력
[이넷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8개 기관·기업이 그린수소 사업을 위해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손을 잡았다. 이르면 내년 중 그린수소 생산설비 구축 등 사업이 본격 시작된다. 미래 에너지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친환경 그린수소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소전기차를 넘어 수소 공급, 충전 인프라 구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부상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이번 ‘그린수소 밸류체인 사업(가칭)’을 통해 수소에너지 생태계를 주도하게 될지도 관심을 끄는 요소다.
◇ 새만금서 그린수소 사업 타당성 조사
지난 19일 현대차그룹은 새만금개발청과 새만금개발공사 및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차증권, LG전자, 한국서부발전, 수소에너젠과 ‘그린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공동연구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력 당사자들은 새만금 지역에서 태양광, 에너지 저장 장치(ESS), 수전해(물 전기분해) 시설, 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 활용을 연계한 그린수소 사업의 타당성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정부는 그동안 그린 뉴딜을 이끌 핵심 사업으로 ‘수소 경제’를 지목한 바 있다. 수소는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없는 데다 높은 에너지효율과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 합리적인 생산가격 등에서 미래 에너지 대안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으로 나뉘는데 이산화탄소 배출 정도에서 차이가 난다. 일반적인 수소생산방식으로 알려진 것은 화석연료로부터 추출하는 그레이수소다.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하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장점이 없다.
주로 유럽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블루수소는 천연가스, 갈탄 등 화석연료로 생산하나, 탄소저감장치(CCS)를 부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전반에 대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두산중공업,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이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실제 한국중부발전의 충남 보령발전소는 CCS 장치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더라도 수요처가 적고 저장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서 국내에서는 경쟁력이 거의 없다고 여겨진다.
그린수소는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와 달리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은 후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가장 친환경적인 수소지만, 발전단가가 너무 비싼 것이 문제다. 이런 이유로 상용화가 늦어지자 영국이 2,500만 파운드를 투자해 블루수소를 생산할 준비에 들어가는 등 주요 선진국들은 그린수소 상용화까지 블루수소 병행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그린수소 밸류체인’ 통해 수소 생산, 활용까지
현재 기술로 그린수소는 그레이수소에 비해 3~6배 정도 비용이 발생하고, 시간당 생산량도 가장 적다. 그러나 탄소 중립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장기적인 지향점은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가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그린수소 국내생산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저탄소·친환경 사회에서 주요 먹거리가 될 친환경 수소생산기술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린수소 사업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후에는 실증 사업을 통해 대규모 사업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협력 당사자들은 새만금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연계하여 수소를 생산·이용하는 ‘그린수소 밸류체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선다.
이번 협약을 통해 마련된 ‘그린수소 밸류체인 사업화를 위한 공동 연구’는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달성하고, 그린수소로의 전환과 신사업 창출, 새만금 지역의 산업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그린수소의 밸류체인을 확보하기 위해 각 사는 보유한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계획이다. 먼저 LG전자는 새만금 지역에 태양광 모듈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의 발전 설비를 갖춰 수소 생산을 위한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기술기반 중견기업인 수소에너젠은 공급받은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수전해 기술과 설비를 제공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전해 시설을 비롯해 통합적인 수소 생산 플랜트 시설을 구축하는 등 그린수소 생산 단계를 담당한다.
플랜트에서 수소가 생산되면 현대자동차는 연료전지 기술과 발전 설비를 통해 전력을 만들고, 한국서부발전은 생산된 전력을 다양한 에너지 수요처에 판매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새만금개발청은 사업 시행을 위한 관련 행정절차를 돕는 한편, 관계 기관에 제도 개선 요청과 상용화를 위한 지원도 나설 계획이며, 새만금개발공사는 사업을 총괄 지원한다. 현대차증권을 사업 추진을 위한 금융 조달과 그린수소 사업의 밸류체인 분석 및 타당성 검증을 맡는다.
그린수소 밸류체인 사업은 오는 2021년부터 설비건설 등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 “그린수소 보급·확대에 주도적 역할 할 것”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민관이 뜻을 모아 마련한 이번 업무 협약은 수소 에너지 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 생태계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그린수소 보급 확대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수소 생산, 공급, 저장은 물론 수소전기차 개발, 연료전지시스템 활용에 이르는 통합 수소 밸류체인 구축 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소 관련 공공 및 민간분야 사업 확대를 도모함으로써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경제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현대제철을 통해 부생수소(기타 공정에서 나오는 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해 수소 생산능력을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리는 한편, 현대글로비스가 ‘수소 공급망 관리 최적화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고, 현대로템은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과 함께 수소전기트램 생산에 나서는 등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또한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 버스 ‘일렉시티’ 개발과 함께 올해 4월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 트럭의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을 스위스에 수출하며 현지 수소 공급망 사업에도 투자하는 등 유럽의 상용 수소전기차 생태계 구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국내외를 넘어 업무 협약에도 적극적이다.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인 호주와는 CSIRO 등을 비롯한 호주 연구기관 및 기업과 수소 생산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에 나섰다. 최근 상해전력고분유한공사 등을 비롯한 중국 현지 파트너사와 수소 상용차 플랫폼 구축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글로벌 종합화학기업인 이네오스그룹(INEOS)과 글로벌 수소 사회의 조기 구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이네오스는 석유화학, 특수화학, 석유제품 생산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연간 3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수소 사회 구현은 경제적 가치와 고용 창출뿐 아니라 환경 오염원 감소에 따른 사회적 비용 손실을 막는 등 다양한 파급 효과가 예상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그린수소 기술 개발과 함께 그린수소 상용화까지 다리 역할을 할 친환경 산업 개발도 절실한 실정이다. 수소 생태계 구축에 마중물을 자처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방위적인 행보가 반가운 이유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