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50 LEDS 검토안 발표···‘넷제로’ 가능할까
환경부, 2050 LEDS 공청회서 검토안 발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 80%로 상향 석탄발전 ‘0%’···구체적인 방법론 부재 지적도
[이넷뉴스] 탄소중립(Net Zero·넷제로) 시대를 열기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환경부는 지난 19일 발표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주요 내용 검토안에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65~80%로 상향 조정하고 석탄발전은 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연이은 탄소중립 선언에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050년 석탄발전 비중을 4.4%로 낮추고 2062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던 ‘2050년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의 초안보다 확연히 목표치는 높아졌으나, 구체성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 2050년 탄소 최종배출 ‘0’으로 만든다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석탄발전 비중을 0%로 낮추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5%에서 최대 8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인 상태를 말한다. 발전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LNG 발전에는 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CCUS)을 최대한 활용해 최종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난 19일 열린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기저탄소발전전략 검토안을 발표했다. 산업·건물·수송 분야별 기존 대책도 수소환원제철 적용 확대, 도시가스 대체, 건축물 녹색건축 전면 확산, 친환경 차 대중화 등으로 강화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대규모 전력망) 구축, 원료 재사용·재활용 등 순환경제 강화, 대기 중 탄소 직접 포집(DAC) 기술 확보, 건축물 LCA(Life Cycle Assessment) 기반 최적설계, 완전 자율주행차 등의 내용은 새롭게 포함됐다.
10년간의 단기 계획인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공개됐다. NDC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5년 주기로 수정·보완하여 제출해야 하는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다. 정부는 2017년 기준 연간 7억914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3,600만 톤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그린뉴딜의 성과 등을 고려해 2025년 이전에 2030년 목표치 상향도 검토할 방침이다.
NDC와 달리 LEDS는 의무제출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주요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국제 추세에 발맞춰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외교부, 환경부 등 15개 부처는 지난 3월부터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LEDS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정부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수렴과 녹색성장위원회 심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연내 LEDS 최종안을 유엔(UN)에 NDC와 함께 제출할 계획이다.
◇ 탄소중립 12년 앞당긴 정책, ‘목표’만 높였다?
이번에 공개된 검토안은 전문가·시민사회·산업계·국민 등이 참여한 ‘2050 저탄소사회 비전 포럼’의 2062년 탄소중립 달성, 2050년까지 2017년 대비 75% 탄소감축이라는 권고안에서 더 진전해 ‘2050년 탄소중립’으로 목표가 바뀌었다.
각 방안의 목표치도 대부분 상향됐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0%에서 65~80%로, 석탄발전 비중은 4.4%에서 0%로 수정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상향과 탈석탄 기조 강화에 동의한다’고 공감했다. 하지만 한 목소리로 ‘어떻게’ 그 목표에 도달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목표는 이전보다 높아졌지만, 가능성 검토 여부도 모호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이 빠졌다는 것이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팀장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나가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도 동참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어렵다”며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을 통합해 유연성을 발휘하게 하는 전략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97%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분에서 탈탄소가 되지 않으면 탄소중립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특히 “에너지 소비량의 65% 정도를 사용하는 산업 부문에서 탈탄소를 이루는 것은 굉장히 도전적인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의 업종에서는 원료 사용에서 이미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생산공정 자체가 혁신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업종에서 탈탄소를 이행하기 위해서 “유망한 탈탄소 기술에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산업 부문에 “수소·재생에너지 등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이런 제품을 소비자가 소비하게 만드는 제도 등이 담긴 종합적인 패키지가 되지 않으면 탈탄소 이행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비전을 말했지만, 확실하게 목표를 상정한 것인지도 모호하다”며 “일본과 중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니까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이 선언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한 “30~40년 뒤 문제가 아닌 당장 5년, 10년 안에 탈탄소 경로를 확고하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고 주장했다.
목표 세우는 것보다 이행하는 것은 당연히 훨씬 어렵다. 우리나라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국장은 과거에 세운 탄소 감축 목표는 달성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거 국제 사회에 약속했던 목표보다 20% 초과한 상태다. 약속대로면 6억 톤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데 현재 10억 톤 수준인데 이것에 관해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며 “목표달성을 하지 못했는데 책임지는 자세를 들어본 적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검토안에 대해서는 “가격·체제 개편 등이 빠져있다”고 분석했다. 이 국장은 전기요금 문제를 예로 들었다. “수년간 하겠다는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기 중 탄소 직접 포집 등의 기술에 대해 “제대로 상용화되지도 않고 검증되지도 않은 기술이다. 기존의 화석연료 산업들을 유지하겠다고 들린다”며 “지금 탄소 포집, 활용되고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 국장은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승용차 분담률이 지방 도시로 갈수록 70%가 넘는데 공공 대중교통을 이용한 인프라, 서비스 개선이나 공적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노력없이 자율주행차니 친환경 차니 한다고 탄소중립이 되는 게 아니다”며 보다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을 주문했다.
강승진 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발표자료를 사전에 보고 놀랐다. 2050년 단편적인 모습만 그려놓고 입체적인 모습이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것은 우리 경제, 일상생활, 산업활동과 다 연결되어 있다. 기술적인 내용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며 검토안에 기술적인 부분만 언급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경제를 희생하라는 것은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현재 규제 위주로 되어 있는데 규제 외에 지원책과 새로운 핵심기술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고민해서 찾아가자”고 제안했다.
강 교수 역시 기존 계획과의 관계성을 언급했다. 과거에 계획을 수립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과정을 되풀이해서 안 된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원전 비중 41% 공언, CCS 기술 상용화하겠다고 했으나 되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가정을 도입해 선언하고, 선언 후 정책 집행을 안 하니까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 구체적인 대책으로 탄소중립 이행 의지 보여야
전문가들의 반응은 지난 7월 열린 토론회에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포럼이 제시한 권고안에 목표만 있을 뿐 대안이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환경부가 발표한 이번 LEDS 검토안은 포럼의 권고안보다 급진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권고안에서 제시되었던 목표 수치들이 대거 삭제되었다. 두루뭉술한 ‘2050 탄소중립 선언’만 있을 뿐 구체적인 목표는 사라졌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안세창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LEDS는 구체적인 방법과 계획보다는 전반적인 전략과 방향 위주로 기술될 것”이라며 “향후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추진 전략을 마련해 내년부터 사회적인 논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2009년 코펜하겐에서 2020년까지 BAU(배출전망치) 온실가스 배출 30% 감축 목표를 세웠으나 10% 감축에 그쳐 목표치에 20% 다다르지 못한 바 있다.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가능했다는 견해가 많다. 게다가 감축 선언 직후인 2010년에는 온실가스가 역으로 10% 증가하기도 했다.
NDC와 LEDS의 제출 기한은 연말까지다. 국제 협약은 어느 나라가 더 멋지고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는지 뽐내는 대회가 아니다. 목표 이행을 위한 가능성 검토와 구체적인 방법론은 미뤄둔 채 목표치 먼저 던져 놓고 향후 방법을 마련해 보겠다는 자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에 이어 ‘탄소중립 양치기 소년’이라는 별명까지는 제발 얻지 않기를 바란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