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지원에도 수소차 보급이 지지부진한 이유

2020-10-29     이현주 기자
(출처: 국무총리실 유튜브 영상 캡쳐)

[이넷뉴스] 정부가 수소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소차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한국의 수소 경제 성장세는 다소 주춤해진 모양새다. 이에 다른 국가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수소차 보급보다 인프라 구축에 힘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무총리실이 공개한 정세균 국무총리의 ‘넥쏘 출근길’ 영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넥쏘는 현대차가 내놓은 수소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다. 정 총리는 지난 15일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넥쏘를 타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했다. 수소경제위원회는 정 총리가 위원장을 지내고 있는 국내 수소경제 ‘컨트롤 타워’로 불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국내 최고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영상에서 정 총리는 “아직까지 ‘수소차는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라며 “전혀 현실성이 없으며 쓸데없는 기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수소차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정 총리는 “모든 안전성이 확보됐다”라며 “직접 시승하면 안전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 총리는 수소차에 대한 국민의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한국이 수소차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넥쏘로 출근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세계 여러 나라가 수소 분야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수소에 대한 국민 시각이 이젠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라며 “가능한 이른 시간에 충전소를 확충해 (수소전기차)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계획을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 수소차는 수소 폭탄?…수소 안전성에 대한 우려 여전

수소는 공기 중에서 강하게 연소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 데다 폭발 강도가 메탄의 10배에 이르는 만큼 수소차는 자칫하다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수소탱크와 노르웨이의 수소충전소 폭발 사고로 ‘수소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발생한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로 2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은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외각 쿄보에 위치한 수소충전소에서 수소 누설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소차가 폭발할 가능성은 매우 미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소는 농도 4~75% 범위로 공기 중에 노출되면 폭발하게 된다. 하지만 수소는 유출되는 순간 농도가 4%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자연 발화하는 온도 역시 575도로 540도인 메탄, 500도인 휘발유 등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수소의 종합 위험도는 1로 가솔린(1.44), LPG(1.22), 도시가스(1.03)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수소차와 수소충전소에 이상 압력이 감지될 경우를 대비해 긴급차단장치, 가스누출경보장치 등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점도 수소차 폭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혔다. 업계는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의 경우 안전장치가 구비되지 않아 발생한 ‘예외적 사례’로 보고 있다. 

곽채식 한국가스안전공사 검사지원처장은 당시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는 산소가 유입돼 점화원이 일어난 사고”라며 “상업용 및 연구용 수소충전소 35기에 대해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라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수소충전소의 경우 국내 수소충전소와 다른 플러그 방식을 활용해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곽 처장은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플러그는 볼트 체결 방식이지만 한국 수소충전소 플러그는 나사 체결 방식이라 느슨해질 위험이 없어 더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볼트식 플러그는 나사 일부가 느슨해지면 수소가 유출돼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나사식 플러그는 상대적으로 유출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수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 주요 시설에 수소충전소를 확대하고 수소 안전성을 알리는 설명회를 여는 등으로 수소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출처: 현대차)

◇ 수소차, 지원금 주면 뭐하나?…수소충전소 대기만 1시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의 수소차 등록대수는 7,682대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미미했던 수소차 증가세가 2019년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5,083대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넥쏘를 살 경우 국가는 2,250만 원, 지자체는 1,200만 원을 보조금으로 주고 있다. 총 3,45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아 넥쏘를 3천 만원 중후반대에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소차 등록 대수가 폭증하고 있는 반면 수소충전소를 비롯한 수소차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에서 수소차가 가장 많은 울산(1,698대)에 있는 수소충전소는 6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1,152대)과 경기도(1,310대)에도 각각 4곳밖에 없어 대기 시간이 30분은 보통이며 1시간 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수소충전소 확충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울산시는 수소충전소 추가 건설 부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수소에 대해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 수소충전소 설립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실적이다. 강원도도 도내 수소충전소 7곳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발목이 잡혔다. 

충전소 확충도 쉽지 않다. 울산시는 수소충전소 추가 건설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 함부로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강원도도 도내 수소충전소 7곳을 지을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발목이 잡혔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소차를 빠르게 늘리고 있어 수소차 이용자의 불편함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소차를 빨리 보급하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수소차 관련 인프라를 빠르게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이현주 ]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