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신재생에너지 혁신 이끈다

우리 일상으로 한 발 다가선 신재생에너지 신기술 고에너지밀도, 고안정성, 장수명, 저비용 원천기술 개발···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여

2020-10-16     김그내 기자

[이넷뉴스] 탄소중립이 전지구적 화두로 떠오르며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저탄소기술 확보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인 만큼,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도 에너지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친환경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효율성과 안정성에 방점을 찍은 유용한 신기술들이다.

◇ 바르고 붙이는 태양전지 기술 개발

태양전지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성을 높여 활용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바르고’ ‘붙이는’ 태양전지가 최초로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9월 28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포스텍)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친환경 용매에 잘 녹는 고분자 물질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식품첨가제를 활용한 친환경 용매로 페인트나 잉크처럼 '바르는 태양전지' 개발은 공정을 단순화해 가격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대량생산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그동안 바르는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돼 왔지만 독성이 강한 용매에만 고분자가 녹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로 인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포스텍 연구팀은 식품첨가제로도 사용되는 친환경 용매인 '2-메틸아니졸'에 고분자를 녹이는데 성공해 이 같은 단점을 해결했다.  바르는 태양전지는 소재인 유기물을 용매를 통해 액체 상태로 만들고 필요한 부분에 인쇄하는 용액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 고분자 물질을 합성해 태양전지를 만들어야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태양전지가 구동되는 모습. (사진=포항공과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지금까지 발표된 동일한 형태의 태양전지 중 가장 높은 광전변환효율을 보였다. 또 고온 조건에서 120시간이 지난 후에도 초기 대비 89%의 효율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해 고온에도 잘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합성한 고분자 물질은 태양전지에 적합한 배향을 가졌고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전하 이동에 방해되는 결정 표면도 없기 때문이다. 배향은 고분자로 이루어진 고체물질 속에서 미세 결정이나 고분자 사슬이 일정방향으로 배열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박태호 교수는 "높은 효율과 뛰어난 안정성을 가진 차세대 태양전지의 대량 생산에 필요한 친환경 공정의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라며 "양자점 태양전지의 정공 전달 물질뿐만 아니라 차세대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 유기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에 도입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최신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그런가 하면 건물 외벽이나 차량 선루프에 태양전지를 붙여서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지난 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화학공학과 석상일 교수팀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광활성층의 미세 구조 변형을 최소화해 발전효율과 안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광활성층을 구성하는 입자(이온)간 크기를 고르게 맞춰주는 새로운 방법으로 내부 결함을 줄이고 화학적 안정성을 높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최고효율인 25.17%의 발전효율을 기록했다. 이는 논문으로 공식 보고된 세계 최고 효율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의 흐름을 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것.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건물 외벽이나 주행하는 차량에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석상일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와 물질에 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효율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광활성층 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소재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차세대 태양전지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데 기여할 뜻 깊은 연구"라고 설명했다.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의 내부 구조(결정 구조)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작동 원리. (사진=UNIST)

◇ 친환경 그린수소 ‘성큼’···물과 햇빛만으로 생산하는 광촉매 전극 개발

물과 햇빛만으로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태양광 수소 생산시스템에 사용되는 이중 기능성 광촉매 전극 개발로 수소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재성 교수팀은 태양광과 물로 수소를 만들 수 있는 광촉매 성능을 개선한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광촉매는 ‘태양광 수소생산 시스템’의 전극을 구성하는 반도체 물질로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해 물(H2O)에서 수소(H2)를 생산한다. 이번에 개발된 촉매는 수소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낮추고 동시에 생산량은 늘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연구개발이 주목 받는 이유는 화석연료를 개질해 생산되는 그레이 수소와 달리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그린수소’ 생산량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의 그린수소 생산 방식은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실정으로, 수소 생산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낮추고 반대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값싼 촉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개발된 촉매는 산화철을 ‘코어-쉘(core-shell)’ 이중구조로 만드는 방법으로 에너지 소모와 수소 생산량 측면에서 한계를 극복했다.

이재성 교수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상용화의 분기점인 수소 생산 효율 1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에 개발된 촉매로 이러한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고 연구 의미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공개됐다.

◇ 세계 최고 수명 'ESS 수계 전지' 개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기술이 각광받는 가운데, 최근 세계 최고 수명의 불타지 않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수계전지를 개발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이스트(KAIST)는 지난 5일,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나노융합연구소 차세대배터리센터) 연구팀이 전 세계에서 보고된 모든 레독스흐름전지 가운데 가장 오래가는 수명의 수계 아연-브롬 레독스흐름전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리튬 이온 전지의 30배 높은 충·방전 전류 밀도와 5000번 이상의 충·방전이 가능한 아연- 브록스 흐름 전지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보고된 다양한 레독스 흐름 전지에 대해 연구결과 중 가장 뛰어난 수명성능이다.

ESS는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대용량 저장해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필요한 설비다. 현재 대부분의 ESS는 값이 저렴한 `리튬이온전지'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전지는 태생적으로 발화로 인한 화재 위험성 때문에 대용량의 전력을 저장하는 ESS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배터리 과열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계(물) 전해질을 이용한 레독스 흐름 전지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브롬화 아연을 활물질로 이용한 아연 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는 다른 수계 레독스 흐름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1970년대부터 ESS용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아연 음극의 짧은 수명 때문에 상용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김희탁 교수는 "차세대 수계 전지의 수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제시했다"며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80% 이상에서 5000 사이클 이상 구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및 ESS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 앤 인바이런멘탈 사이언스(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에 게재됐고, 표지논문으로도 선정됐다.

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지에 실린 표지. (사진=카이스트)

◇ 한 번 충전에 1000km 달리는 전기차 전지 개발···가볍고 오래 가는 전기차 

한 번 충전으로 10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전지기술도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공동연구팀은 지난 15일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리튬공기전지 내부의 유기물질을 세라믹 소재로 바꿔 그 동안 상용화의 난제였던 전지 수명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인 저명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리튬공기전지는 현재 각종 전자기기와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보다 10배 이상 많은 에너지의 저장이 가능하다. 다만, 전지 작동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로 인해 전기 수명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연구진은 전지 내부의 유기물질을 고성능 세라믹 소재로 대체, 기존 10회 미만이었던 충·방전 수명을 100회 이상으로 크게 향상시켰다.

Advanced Energy Materials 표지에 실린 리튬공기전지를 탑재한 전기차의 모습(사진=UNIST)

아울러 고체 형태인 세라믹 소재가 우수한 이온 전도성과 전자 전도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세라믹 물질은 이온전도성만 높은 반면, 이번에 개발된 물질은 전자 전도성도 뛰어나 전지의 다양한 구성 부품에 활용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서동화 교수는 “신규 세라믹 소재는 전자와 리튬이온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리튬공기전지 뿐만 아니라 전지 분야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