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복되는 전기와 물 수요-공급 불일치 문제, 양수발전으로 해결한다
이넷뉴스 = 우리나라는 매년 여름철이 되면 전 국민이 전기와 물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금년은 전기 값 인상과 함께 찾아 온 기후변화로 인한 무더위와 폭우 및 가뭄으로 인해 그 어느 해 여름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봄철에는 농업 및 생활용수가 부족해지는 가뭄 피해가 일부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되고 있으며, 여름철에는 무더위로 인한 대정전 사태 예방과 장마와 태풍 등으로 인한 홍수 피해 저감을 위해 정부의 근심은 전 지구적 현상인 기후변화와 더불어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일반 국민들은 전기와 물 문제는 필요에 대한 부족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기와 물이 필요 이상으로 넘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장마나 태풍으로 인한 홍수 발생은 자연으로부터 주어지는 물의 양이 필요 이상으로 공급될 때 발생하는 문제이다. 전기 또한 생산되는 전기량이 소비량을 초과하게 되면 전기 공급망 자체에 문제가 생겨 대정전 등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기와 물은 국민 생활의 필수 기본요소이지만, 이들에 대한 수요는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사용량의 변동성도 매우 큰 반면, 이에 대하여 국가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은 늘 제한적이라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이 문제를 가장 간단히 해결하는 방법은 전기나 물 공급 및 조절 역량을 수요에 맞추어 무한정 발전소나 댐 등을 많이 건설하여야 하지만, 그렇게만 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전기와 물 사용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일이 매년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기후변화로 전기와 물의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 더욱 심화할 것
전 세계가 기후변화 문제로 인해 홍수와 가뭄의 피해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을 정도로 일반화된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사용이 늘려가고 있는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지만, 전력의 생산이 일정하지 않고 변동성이 심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아직은 많은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기상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변화하기 때문에,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향후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전기와 물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지금부터라도 준비해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전기와 물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많은 과학기술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단순하다. 즉, 수요 대비 과잉 생산 또는 과잉 공급될 때는 전기나 물을 잠시 저장해 두었다가, 전기나 물의 수요가 다시 생산 또는 공급을 초과할 때 저장해 두었던 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즉, 물에서는 댐이나 저수지가, 전기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가 이 역할을 담당할 수는 있지만, 이들을 필요에 따라 늘려 가기에는 사회적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한 등 수 많은 장애물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 양수발전이 유일한 해법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양수발전이라 본다. 양수발전은 전기를 사용하여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렸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물을 하부 저수지로 내려보내 전기를 생산한다. 이러한 기능적 장점으로 인해 양수발전은 재생에너지의 출력변동성 대응뿐 아니라, 상·하부 저수지 두 개를 가지고 있어 저수지 하나만을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댐이나 저수지보다 홍수와 가뭄 대응에도 더욱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0여년 전부터 환경단체의 반대, 님비현상 등으로 인해 더 이상의 댐 건설이 불가능해 졌다.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에 대한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는 농업 등 사용 목적 가치 저하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저수지가 있다. 이들은 장마 시기 불어난 빗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저수지 아랫 마을에 침수 피해를 불러일으켜 안전에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필자는 이 방치된 지자체 또는 농업용 저수지들을 양수발전용 시스템으로 전환하여 활용할 수 있다면, 기후변화 시대에 가뭄과 홍수를 대비한 물그릇의 역할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를 담아둘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로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 정부차원에서 양수발전 연구와 투자 확대해야
양수발전은 100년 이상 기술적 안정성이 과학기술적으로 검증되어 왔지만, 기후변화 시기와 맞물려 선진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양수발전 기술이 전기와 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럽, 미국, 일본 등 기후변화 적응 선도국들이 먼저 그 중요성이 재인식하고 필요한 연구와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아가고 있다. 정부도 양수발전에 관한 연구와 투자를 확대하여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더 이상 국내 시장 규모는 작고, 환경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하여, 해외 선진기술에만 의존하고, 자체 연구개발 노력을 지원하지 않아선 안 된다. 오히려 이러한 불리한 국내 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하여 세계 시장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 지원과 투자를 확대하는 정부 차원의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는 과거 선진국의 기술을 빨리 배워 세계 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이제는 연구개발을 통하여 혁신적 기술을 만들고, 과거와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는 기술혁신 선도국이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올바른 연구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BTS'가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종석 박사(한국수자원학회)
전) 수자원시설분과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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